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 <괴물> 정보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은 누가 괴물인가? 란 질문과 아무도 괴물은 아니야!라는 맺음말로 요약된다. 기존 고레에다 영화와 결이 다른 것 같지만 결국 고레에다 영화로 안착한다. 질문을 책임진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은 동일한 사건에 대한 각 인물의 시선을 교차해 미스터리함을 강화한다. 결말을 책임진 고레에다 감독은 훌륭한 윤리적 태도를 기반으로 휴머니즘을 드러낸다. 그는 일본 역시 사랑의 형태에 대해 사회적 정치적으로 매우 좁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제도 자체를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괴물>을 만든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상처 주기 위해 한 말은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겐 억압적이고 폭력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가 무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반된 접근방식의 각본과 연출이 작고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과 맞물려 관객의 마음을 때리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나리오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을 집필한 일본 최고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썼다. 또 <괴물>은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음악가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으로 더욱 주목을 이끌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일본 거장.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 <어느 가족>으론 최고 영예의 황금종려상 등 칸 국제영화제 트로피를 싹쓸이한 세계적인 명장이다.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중개인>로 배우 송강호에게 칸 남우주연상을 안기기도 했다.
싱글맘 사오리의 고민 및 줄거리
싱글맘 사오리에겐 고민이 있다. 하나뿐인 아들 미나토가 요즘 이상해서다. 갑자기 제 머리를 마구잡이로 자르거나 운동화 한 짝만 신고 다니는 등의 명백한 따돌림 정황에 사오리는 학교로 찾아간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 분위기가 이상하다. 도대체 미나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영화 <괴물>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수많은 괴물을 보여주며 누가 괴물인지를 묻는다. 전개가 이어질수록 관객은 자연히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찾는다. 처음 괴물로 지목받는 건 담임교사 호리. 미나토에 따르면 그는 어마어마한 폭력 교사다. 너의 뇌가 돼지 뇌랑 바뀌어서 네가 괴물이 된 거야!라는 언어폭력부터 피가 날 정도로 아이의 귀를 잡아당기거나 식사 속도가 느리다며 혼을 낸다. 학부형 사이에선 유흥업소에 출입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사오리는 호리선생을 문제로 규정하고 마구 따져든다. 반면 호리의 입장은 다르다. 미나토가 같은 반 아이 호시카와 요리를 괴롭힌다고 주장한다. 황당해하던 사오리는 당사자인 요리를 찾아간다. 요리 역시 호리 선생이 종종 미나토를 때리고 있으며 아이들은 그걸 다 알지만 무서워서 말을 못 한다고 증언한다. 결국 호리는 체벌교사로 지탄받고 직장을 잃는다. 평범한 영화라면 여기서 마무리될 이야기는 갑자기 시점을 호리로 전환하며 방향을 튼다. 그러면서 호리를 괴물로 여기던 관객의 확신을 뒤엎는다. 이후 교장 후시미의 시점에 이어 마침내 미나토와 요리가 겪은 진상을 보여주며 관객의 의심에 허를 찌른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에선 볼 수 없던 구성이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만들어낸 극본을 바탕으로 감독은 영화를 이리저리 재구성한다. 화살을 돌리던 관객은 이 과정을 거치며 혼란에 빠지면서도 동시에 묵직한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마음속의 괴물을 찾아라
<괴물>은 같은 사건을 세 가지 인물의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는 비선형적 구조를 택해 관객들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미나토의 엄마인 사오리부터 미나토의 담임 호리 미치토시 또 미나토와 요리의 시선까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나토가 부르는 괴물은 누구일까 라는 가사의 노래 탓인지 관객들에게 과연 괴물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그러나 정답을 찾으려고 할수록 빈칸은 더해지고 물음표만 늘어날 뿐이다. 다 아는 것 같지만 몰랐던 것들과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들의 폭력 우린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오해하고 또 이는 어떤 비극으로 이어지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렇듯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리며 과연 나는 어땠을까?라는 단순하고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괴물>이다. 영화에서 인물의 시선이 바뀜에 따라 관객들이 화살을 돌릴 대상인 괴물도 바뀌어간다. 하지만 관객은 그들을 괴물로 규정하기 전 다른 인물들의 책임을 묻는다. 영화를 볼수록 괴물을 색출하려던 관객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누가 괴물인지를 찾다 무엇이 괴물인지를 생각하다 보면 진득한 여운이 남는다. 영화를 볼수록 괴물을 색출하려던 관객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간다. 괴물을 찾던 관객들은 자기 안에 숨겨졌던 괴물에 뜨끔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관객 심리를 쥐고 흔드는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과연 괴물은 누구일까? 그 괴물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괴물이 된 적이 있었을까? 곱씹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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