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 <장수상회> 요약 및 후기
영화 <장수상회>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고집 센 노인 성칠(박근형)의 그님이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나리의 윤여정, 퍼펙트맨의 조진웅, 해피 뉴 이어의 한지민 배우가 열연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까지는 대부분황혼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치매를 주제로 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족영화이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우리 가까이 어디에서나 한두 분은 있을법한 까칠한 노인성칠,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재개발을 막는 최후의 1인. 1971년 드라마 장희빈에서 숙종과 장희빈으로 호흡을 맞춘 뒤 거의 44년 만에 다시 뭉친 박근형, 윤여정이 자신들의 인생을 담아내듯 노배우의 품격을 선사한다. 우리들의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겪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함이 느껴진다. 만약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변함없는 사랑으로 보살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스러운 소녀감성의 금님 할머니와 퉁명스럽고 까칠한 성칠 할아버지가 길가에 핀 꽃을 보며 옹기종기 앉아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연기파 배우들로 인해 꽉 채워진 느낌이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같이 볼 수 있는 가족영화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사랑 및 줄거리
보통 한국인들이 어르신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예의 바르게 넘어가지만 간혹 말다툼을 벌이며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민정의 경우 화를 내는 성칠을 모른 척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어르신들을 상대로 언성을 놀이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환자인 아버지를 상대로 실랑이를 벌일 수는 없어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칠의 치매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걸 알게 되자 자신이 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손목에 붕대를 감은채 병원에 누워있다. 의사는 성칠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스스로 가족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일종의 자기 방어가 나타나고 고집이 세질 거라고 말한다. 또 치매라는 걸 느낄 수 없도록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자 장수와 민정은 집 안을 정리하고 물건을 한 곳에 모아 문을 잠가놓는다. 이 방이 바로 성칠이 영화 내내 열어보려고 애를 쓰던 그 방이다. 가족들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기로 한다. 아내인 금님은 밥을, 장수는 아버지를 돌보고 아영과 민성은 성칠의 경로를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으로 역학을 나눈다. 시간이 흘러 요양원 밖에 서있는 성칠이 보이고 금님이 다가오자 못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자식이 먼저인 우리들의 부모님
성칠은 무뚝뚝해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이었다. 치매라는 질병에 걸리면 가족들도 감당하기 힘들어 웬만하면 양로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보내는데 성칠의 아내인 금님과 자식들은 우리 아버지는 우리가 돌봐드릴 거라 말한다. 손녀들 역시 할아버지 성칠을 매우 잘 따르고 성내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특히 아내만큼은 다른 가족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치매를 앓아 모든 기억을 잃은 와중에도 아내와 나눈 약속만큼은 필히 지켰으며 꽃 축제를 보러 가자는 약속을 지키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인천까지 갔다. 후반부에서 성칠이 어떤 아버지였는지가 자세히 드러난다. 장수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지만 성칠은 평생 안된다며 반대하여 장수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는데 그 이유가 성 칠 역시 젊은 시절 축구를 했지만 쫄쫄 굶고 생고생만 있는 대로 했던 경험이 있어 아들에게도 그런 아픔을 않겨주기 싫었던 것이다. 민정의 경우는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구멍을 책처럼 엮어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민정이 커서 유명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면 책을 만들어 주려고 지금까지 간직해 오고 있었다고 한다. 정작 장수와 민정은 아버지의 가슴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지만 그럼에도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면 본인의 죄인 것처럼 미안해하셨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를 두었으니 아무리 치매 때문에 맘고생이 심하다고 한들 그렇게 쉽게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장수상회> 에서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으로 변함없이 보살핀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